이전보기
MAGAZINE
노동칼럼
노동칼럼

좋은돌봄도시 안양을 기대한다

첫 발은 이미 떼었다. 2024년 11월 전국 최초로 <안양시 좋은돌봄 공동실천 선언>을 했다. 안양에서부터 좋은돌봄 사회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좋은돌봄도시 안양으로 한 걸음 성큼 내딛기 위해 <안양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시정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기획위원장

65만 요양보호사를 대표하는 전국요양보호사협회에서 요양보호사의 권리 증진을 위해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돌봄도시 안양을 기대한다

안양시에서 매우 뜻깊은 착공식이 진행되었다. 바로 “안양시립 치매전문요양원” 기공식이다.
6월 9일 첫 삽을 뜨고 27년 상반기 개원을 목표로 진행된다고 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드디어 안양시의 숙원사업인 시립요양원 건립의 첫 삽을 뜨게 되어 매우 감회가 깊다”며 “오래 기다려오신 만큼 시민의 기대에 부응해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가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립요양원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늦었지만 안양시민의 한 사람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얼마 전 ’간병살인‘ 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도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노인학대 가해자 1위가 배우자라고 한다. 그동안 노인학대 가해자 만년 1위가 아들이었는데 배우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노인 부부만의 거주가 늘고 있고, 점차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대 가해자인 배우자는 압도적으로 남편이 높은 비율로 무려 87%나 된다.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13%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평생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했던 여성은 학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은 것은 돌봄이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남편의 경우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돌봄의 역할을 철저히 방기하거나 거부하도록 교육을 받은 세대로, 아픈 아내를 돌보는 것,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길어진다면 학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통계이다. 앞으로 노인학대의 부동의 1위는 남편 배우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예에서 보듯이 돌봄(간병)을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떠넘기게 되면 가정이 파탄 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초고령시대의 돌봄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책임돌봄제’를 공약으로 내놨다. 초고령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다.

안양시립치매전문요양원 기공식을 계기로 안양에서부터 먼저 좋은돌봄도시 안양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첫 발은 이미 떼었다.
2024년 11월, 전국 최초로 <안양시 좋은돌봄 공동실천 선언>을 했다.
노인돌봄과 관련된 유관기관들, 먼저 노인돌봄의 종사자인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안양지회장, 노인돌봄 기관들의 사용자인 안양시기관연합회장, 노인조직인 동안구-만안구 노인회장, 건보공단 안양지사장, 노동부 안양지청장 그리고 안양시장과 시의회의장이 모여 좋은돌봄 공동실천을 아래와 같이 다짐하였다.

노ㆍ사ㆍ민ㆍ정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하여, 노인의 돌봄에 대한 질적 향상과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동실천 선언을 맺고 모두가 함께 역할을 다해가고자 합니다.

  • 하나,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경기지부 안양지회는 사회적 돌봄의 가치를 지키며, 이용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하나, 안양시장기요양기관연합회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 인권 보호,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하나, 대한노인회 안양만안·동안지회는 돌봄 노동자를 존중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돌봄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 하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양지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기관으로서 사회적·국가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하나, 행정기관(안양시·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의회는 안전한 돌봄, 근로조건, 맞춤형 교육 지원 등을 개선해 가고, 공공성 강화를 통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26일

이 자리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노인돌봄의 각 주체들이 좋은돌봄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선언으로 좋은돌봄을 위한 형식은 갖추었고, 이제 내용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자” 고 하였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좋은돌봄을 위한 윤리강령을 스스로 준비하고 선포하였다.

이런 좋은돌봄을 위한 노력은 세계적 흐름이다. 그야말로 시대정신이다.
‘박수갈채를 넘어(Beyond Applause)’ 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누가 누구에게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그걸 왜 넘어서자는 걸까.

시작은 미국 뉴욕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뉴욕 시민들은 매일 저녁 7시에 발코니로 나와서 일제히 박수를 쳤다. 팬데믹과 싸우는 의료진과 필수 노동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행동이었다. 이 뜻깊은 의식은 곧 다른 나라로도 번져 나갔고,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를 보살피는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실태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종료된 후에도 돌봄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힘겹게 일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 중심으로 고령자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돌봄 분야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OECD가 돌봄 노동에 관한 보고서를 내면서 제목을 ‘박수갈채를 넘어’라고 붙인 이유다. 박수도 좋지만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OECD는 당장 가시적인 정책 변화가 없다면 돌봄 노동자 부족이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적 지원을 늘리고 정부가 돌봄노동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직접 개입할 것을 권했다.

유엔도 마찬가지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돌봄경제에 관한 특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좋은 일자리는 돌봄노동에서 나오게 된다면서 각 정부는 돌봄노동자들의 주체화에 앞장서고, 이들과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돌봄 현장은 인력부족이 심각하다. 자격증 소지자는 300여만 명인데, 일하는 사람은 70여만으로 23%밖에 안 된다. 그것도 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왜 젊은 자격증 소지자는 돌봄노동을 외면할까? 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17년째 최저임금이 유일한 임금체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 인식도 너무 낮다.
코로나 때는 필수인력이라며 박수치고 칭송하더니, 그때뿐이었다.

한 사람의 생의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일이 돌봄노동이다.
원활한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서도 돌봄노동은 필수적이다. 이런 일만큼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왜 일하려 하지 않을까?


이들 자격증 소지자가 노인돌봄노동에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실패할 것이 분명한 외국인력 도입을 대안이랍시고 내세운다.
돌봄 노동자 부족은 단순한 인력 공급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 확충과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접근할 문제다.

안양시의 좋은돌봄 공동실천선언을 했지만, 선언만으로 하루아침에 좋은돌봄 도시가 가능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돌봄 당사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안양에서는 안양노동인권센터가 중심이 되어, 2025년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2008년 장기요양제도가 시작된 날)을 기념하여 현수막 게시와 아파트 엘리베이터 전광판, 버스정류장 전광판 등에서
“내일의 나를 돌보는 사람 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를 게시하였다.

안양에서부터 좋은돌봄 사회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9월 2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25 모두를 위한 좋은돌봄 한마당>도 지역의 거의 모든 유관단체들이 참여하여 준비 중이다.

안양시에 제안한다.
좋은돌봄도시 안양으로 한 걸음 성큼 내딛기 위해 <안양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부천은 3년 전부터 부천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설치하여, 3천여 명이 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교육과 상담, 힐링프로그램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좋은돌봄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최근 게시글

노동칼럼
노동칼럼

이런 어두운 미래에 이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에서 벗어나는 각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자본주의적인 생활양식과 정치경제 체제를 대안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그러나 그 도전을 회피하면 한국경제와 한국사회의 미래는 계속 어두울 것이다.

안양의 노동
안양의 노동

율목종합사회복지관은 생명존중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주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함께 나누고 함께 웃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율목은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노동칼럼
노동칼럼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것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혜택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가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