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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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중간착취 실태와 과제

약 40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은 주변부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 노동자이다. 비단 노동자가 아닌 대리, 퀵, 배달 등 특수고용 노동자 또한 거의 대부분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중간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간착취를 근절·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직접적으로 주변부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키게 된다. 업체가 갖고 가는 ‘수수료’를 노동자 몫의 임금으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중간착취 실태와 과제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시화공단 노동자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설립된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노동분야 실태조사와 연구활동을 통해 노동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비정규 노동은 한국 노동사회에서 핵심 이슈였다. 그중에서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은 고용과 사용의 분리에 따른 고용불안, 사용자 책임 회피 등 비정규 노동자가 직면하는 노동시장 내 구조적 문제점을 집약하고 있다. 정권의 성격과 경기 변동에 따른 노동자 삶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구조적으로 옥죄는 요인도 여전하다. 바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 문제이다.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간착취는 법(근로기준법 제9조, 중간착취의 배제)에서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유료직업소개·알선, 파견, 도급(사내하청)·소사장, 하청·용역 등 주변부 노동시장 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 현실에서는 역사적으로 구조화된 착취라 할 수 있다. 고용·취업 과정에 ‘업체’로 불리는 영리 추구의 노동시장 중개기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무려 1,000여 개소의 민간 유료직업소개업체와 6,300여 개소의 인력공급업체가 있다.1) 이들 업체의 매출액도 유료직업소개업의 경우에는 2조 195억 원, 인력공급업의 경우에는 19조 1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2) 매출액 전부가 중간착취라 할 수는 없지만, 업체들이 가져가는 중간착취 규모가 천문학적인 금액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직업안정법(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22호)은 민간 유료직업소개업체가 구직자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를 임금의 1/100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건설일용 구인사업체 수수료율 10%가 노동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적용되어 노동자에게 10%의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구직자에게 1%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도 노동자에게 금전적 수취를 금지한 ILO 협약 181호(민간고용서비스기구에 관한 협약) 위반이지만, 그나마 있는 수수료율 규정을 위반해 임금의 10%를 노동자로부터 수취하는 것은 명백한 직업안정법 위반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관행화되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한 달에 300 벌어요. 받는 일당에서 (인력 용역)업체가 10프로를 떼 가는데 한 달이면 30만 원이 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업체 통해서 일거리 얻는다고 한 달에 30만 원 갖고 가는 거는 너무한 거 아닌가요?”

    

필자가 시화공단에서 만난 일용직 비정규 노동자의 얘기이다. 이런 노동자가 업체별로 최소 수십 명이 될 테니 업체가 벌어들이는 중간착취 몫은 엄청날 것이다. 시흥, 안산 지역에서 용역업체 사장 1년 하면 아파트 한 채를 산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셈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2021년 경기도의 지원으로 진행한 경기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중간착취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밝힌 노동자 880명이 한 달에 지급하는 수수료 총액이 1억 3,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3) 단순 평균하면 1인당 월평균 14.7만 원이다. 조사 참여자의 월 임금이 207만 원 수준인데, 임금의 7.1%가 수수료인 셈이다.

예외적으로 중간착취가 허용되고 있는 파견노동의 경우에도 파견업체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법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파견사업주가 갖고 가는 중간착취 규모, 즉 수수료율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체로 10%의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용역 업체 간 노동력 확보 경쟁 때문이다.

    

“건설 일용이 10% 떼잖아요? 그게 룰이에요. 거기에 맞춰서 대략 10% 정도를 파견 수수료로 뗍니다. 여기(시흥, 안산) 있는 업체들은 다 비슷비슷할 겁니다.”4)

    

제조업에서 관행화된 ‘사내하청·소사장’의 경우, 중간 하청업체가 가져가는 몫은 더더욱 알 수 없다.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발전소 정비를 담당하는 사내하청 업체는 원청에서 책정한 노무비의 39∼53%를 업체 몫으로 가져갔다.5) 고 김용균 씨가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을 살짝 넘는 220만 원이었지만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책정한 인당 노무비는 500만 원이 넘었다. 원청이 책정한 노무비의 절반 이상을 하청업체가 가져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전소’ 사내하청 업체에서만 있는 일일까?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9조의 취지에 따라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 진영이 계속 주장해 온 것처럼 파견법을 폐지하고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만 노-자 관계의 역관계와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함께 업체가 가져가는 중간착취, 즉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공개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도 지속되어 왔다. 21대 국회에서도 ▲(1)원청이 용역 노동자들의 전용계좌에 임금을 바로 지급해 용역업체가 손댈 수 없게 하는 법안, ▲(2)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부터 임금 직접지급제를 도입하는 법안, ▲(3)파견업체가 떼는 수수료에 상한을 정하는 법안, ▲(4)원청이 파견노동자에게 주도록 정한 임금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해 업체가 제멋대로 떼먹지 못하게 하는 법안 등이 제출되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가까워진 지금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약 40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은 주변부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 노동자이다. 비단 노동자가 아닌 대리, 퀵, 배달 등 특수고용 노동자 또한 거의 대부분‘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중간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간착취를 근절·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직접적으로 주변부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키게 된다. 업체가 갖고 가는 ‘수수료’를 노동자 몫의 임금으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착취 폐지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구현하는 방안이다.

중간착취 규율을 위한 입법·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면서 내린 확실한 결론은 노조 조직화이다. 노조가 조직된 곳일수록 업체의 중간착취 실태에 대한 접근이 더 용이하며 중간착취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직접고용 정규직화 가능성 또한 높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노동·시민사회 진영이 최우선적으로 경주해야 할 사안은 노조법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중간착취를 금지·규율하는 법안도 다시금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조직화가 입법·정책적 노력과 결합될 때 중간착취 근절과 직접고용 효과는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1) 통계청, 2021년 전국사업체 조사 원자료.

2) 통계청, 2021년 서비스업 조사 원자료. 경기도에는 약 2,300여개소의 민간 유료직업소개업체와 1,400여 개소의 인력공급업체가 있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있기에 ‘업체’도 가장 많다.

3) 공계진 외(2001), 「파견·용역 노동자 중간착취 제도 개선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경기도·시화노동정책연구소.

4) 2021년 5월, 안산지역 파견사업주와의 인터뷰 자료.

5)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2019),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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