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노동
안양의 노동

미래와 상생하는 안양일터,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노동연찬 편집부가 안양지역의 일터를 찾아가며, 일 속에서 느끼는 가치관과 노사화합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창간호를 기획하며 처음 찾아간 곳은 호계동에 위치한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이곳은 안양지역 내 장애아동 돌봄과 교육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이다. 장애아동 돌봄은 그곳에서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노윤희 센터장님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장애아동 돌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래와 상생하는 안양일터,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노윤희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센터장

1999년부터 아동 돌봄업무를 시작하여, 현재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 센터장 노윤희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아이들을 돌보는 휴먼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1999년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 지역아동센터 야간보호교사로 일하다 2010년에 희망세움터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따지면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에서 14년 동안 근무하고 있습니다.

Q.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지역사회 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보호, 교육, 놀이와 오락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 연계 등을 통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그중에서도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는 안양지역 유일한 장애통합지역아동센터인데요, 장애아동들이 방과 후에 등원하여 센터의 각종 프로그램과 재활치료를 받고 야간돌봄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는 전국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장애아동 전담으로 포커스를 두고 운영하는 아동센터는 거의 없거든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비장애아동 같은 경우 학원을 가는 등 방과 후 활동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센터 내에 재활치료센터도 함께 있어 언어치료 · 음악치료 · 체육수업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까지 돌봄이 필요한 장애 아이들을 위해 밤 9시까지 돌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요.

센터에는 다양한 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들이 있는데, 특히 자폐아동 비율이 높습니다.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장애아동들이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조화롭게 잘 살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일상생활 교육이나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센터 직원들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요?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는 (사)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에 소속되어 있고, 부설기관으로 지역아동센터, 두리망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재활치료센터, 법인사무국을 두고 있습니다. 법인에는 대략 40명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는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으로, 센터장을 비롯한 사회복지사, 사회복무요원, 조리사, 강사 등 2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Q. ‘희망세움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그 속에서의 희로애락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기쁨을 느낄 때와, 어려움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가치있는 일은 ‘자녀를 양육하고 키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장애아동들도 나의 자녀들처럼 애정을 가지고 교육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중에는 자폐 아동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자폐 아동 같은 경우는 환경, 온도 소음 등의 주변 상황에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언어적 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 특히 신학기가 되면 아동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심리적으로 지친 아이들이 방과 후 저희 센터에 와서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싶은데 아이들과 선생님 간에 언어적 소통이 잘 안될 때에는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르면 돌발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선생님을 물거나 꼬집거나 할퀴는 행동이 나오기도 해요. 저희 센터의 선생님들은 이런 돌발상황 속 위험에 종종 노출되곤 하는데, 이런 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들인 것 같아요.

그래도 자폐 아동들이 처음 적응기 때엔 그런 불안정한 태도를 보이지만, 저희 센터에서 선생님들과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쌓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변해가곤 합니다. 나중에 정서적으로 안정된 성인이 되어 저희 센터를 졸업할 때 저희 임직원들은 가장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낍니다.

    

    

Q. 센터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다소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센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센터장님도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직원들과 함께 상생하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한 센터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사회복지사도 감정노동자들이다 보니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는 선생님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 늘 고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번아웃을 막고, 노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저희 센터에서는 특별한 휴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년 근속 시 축하금 30만원, ▲3년 근속 시 안식휴가 지원(휴가비 100만원 및 1주 유급휴가), ▲5년 근속 여행휴가비 100만원, ▲7년 근속 안식휴가(휴가비 100만원 및 2주 유급휴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저는 물론 직원들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힘들 일임에도 불구하고 굳은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하시는 센터 임직원분들게 박수를 드립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돌봄’이라는 영역은 우리사회가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센터장님이 지향하는 ‘미래의 돌봄’은 어떠한 모습인가요?

제가 사회복지 공부를 할 때 장애인복지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전부 다 미래에 예비된 장애인이다.’ 사람이 늙으면 노안이 오기도 하고, 인지장애나 치매가 오기도 하는 것처럼 장애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텐데 장애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돌봄사업에 대해 공약하고 정책을 만들지만, 정작 장애아동들을 복지를 위해 돌봄센터에 대해 공약하거나 법제화 · 정책화하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아동돌봄 영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러한 현실은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장애아동들도 대한민국의 한사람으로 엄연한 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위한 정책은 한참 부족하기만 합니다. 장애아동 또한 언젠가는 성인이 될 텐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교육 · 복지 등의 지원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아동의 부모님들도 평소 육체적 ·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과 후 갈 곳이 많지 않은 장애아동을 위한 돌봄센터가 많이 개소되어 그들의 부모님들도 잠시나마 아동돌봄에서 해방되어 휴식과 여가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돌봄’은 사회적 약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한 더 큰 배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Q. 향후 센터의 운영방향과 센터장님의 소망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비장애아동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소외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 센터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자존감을 되찾거나 정서적 안정 ·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에서는 장애아동들의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에 필요한 수업(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아동들이 자존감과 자립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저희 센터에서는 앞으로도 생애주기별 케어시스템을 안정되게 확보하고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돌본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정년까지 처음 같은 마음으로 아동돌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을 통해 선생님들이 행복한 센터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사회 속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개선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서나가겠습니다.

최근 게시글

노동칼럼
노동칼럼

모든 일이 의미 있고 보람되며 고임금일수는 없다. 그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받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약자일수록 가혹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일하는 국민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2%가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노동기록
노동기록

유씨는 화학단지 내 다른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를 보고, 마시며 출근하고 퇴근한다. 공장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니 그 유해물질 포함한 연기도 24시간 뿜어 나온다. 유씨는 그런 연기와 냄새에 이미 익숙해 있어서 그것들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다. 느낌이 있다면 ‘아, 이런 연기와 냄새가 있어 내가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 유씨에게도 커피는 위안이 된다. 냄새와 커피향이 뒤범벅되어 커피 맛이 변질되기도 하지만 유씨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노동상식
노동상식

직장인들은 임금체불, 장시간노동,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개선이 필요하지만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입니다. 노동정책 필요성에 대한 직장인들의 압도적인 찬성률은 22대 국회가 지금이라도 발빠르게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 노동정책이 줄줄이 폐기되지 않도록, 22대 국회가 직장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