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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광고를 통한 세상의 변화

끌리머 어르신들은 자원재생활동가이자 광고인으로서 자부심을 지니고 활동하고 계십니다. 폐지수거인의 삶을 불쌍하게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때입니다.

조현경
끌림컴퍼니 협동조합 대표

끌림은 가볍고 안전한 리어카를 직접 개발하고, 그 위에 광고를 부착하여 발생하는 광고수익을 폐지수거 어르신에게 전달해드리는 소셜벤처이다.

  리어카 광고를 통한 세상의 변화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 불쌍한 사람들.

   사람들이 폐지수거인에 대해 흔히 가지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시선 때문에 많은 지자체에서는 폐지수거인을 위한 정책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다른 노인 일자리를 제공해 폐지수거인 수를 줄이려 합니다. 하지만, 이는 폐지수거인의 노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규율 아래 단체로 활동해야 하는 노인 일자리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에, 폐지수거는 원할 때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리어카를 끌고 나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낮은 폐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폐지수거인에게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혜적 지원일 뿐이고 예산이 배정되어야 가능하기에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부정적 시각과 달리 폐지수거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폐지수거 어르신들이 수집한 폐지는 우리나라 단독 주택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지 재활용의 약 60.3%에 달하며, 자원순환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골목길은 대형 쓰레기차가 진입하기 쉽지 않기에 폐지수거인의 리어카가 골목길을 다니며 자원 재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폐지수거인을 자원재생활동가로 부르며 폐지수거 노동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끌림도 폐지수거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단체 중 하나입니다.

    

끌림은 자체 개발한 경량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하여, 폐지수거인의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소셜벤처입니다. 2016년, 서울대학교 실전경영학회 인액터스의 폐지수거인 삶의 질 상승 프로젝트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끌림컴퍼니 협동조합이 사업을 9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끌림의 리어카 광고는 리어카를 끌고 폐지수거하는 것만으로도 매달 9만 원의 지속적인 추가 수익을 제공합니다. 2025년 4월 전국 평균 폐지가격은 81.3원/kg입니다. 100kg의 폐지를 수거해도 버는 돈은 8,000원입니다. 끌림이 끌리머(끌림에서 폐지수거인을 일컫는 용어)에게 전달하는 광고비는 매달 1.1톤의 무게를 덜어드리는 셈입니다. 광고비 수입은 밥값, 약값 등 생활비에 사용됩니다.

출처: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

  끌림은 약 1년간의 개발 과정 끝에 7~80kg이던 리어카를 38kg로 경량화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또한 파장이 긴 주황색으로 도색하여 이른 새벽 혹은 밤늦게 끌고 다닐 때 교통사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안전성을 높인 리어카를 끌리머에게 무상으로 임대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끌림은 끌리머 어르신께 광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부여합니다. 일반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광고판이 부착된 리어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리어카에 부착된 광고에 대해 끌리머 어르신께 물어보는 행인들이 많습니다. 끌리머 어르신들은 적극적으로 광고 내용에 관해 설명하십니다. 끌림의 광고가 끌리머 어르신을 사회와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것입니다. 리어카를 세워둘 때도 리어카의 광고판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두십니다. 돌아가는 길이라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을 지나며 광고의 홍보 효과를 높이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면 광고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에 대한 여러 의견을 광고주에게 전달하며 광고 시안에 대한 피드백에도 적극적입니다.

    

  “사람들이 이 광고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때마다 광고랑 끌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러지요.”

    

  “제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리어카 끌면서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지요. 운동도 되고 취미도 되더라고요.”

    

  “이전 광고처럼 글자가 크고 색깔이 강해야 사람들이 잘 보고 많이 물어도 보고 그러지요. 말이 너무 많이 적혀 있어도 안 좋아요.”

  -끌림과의 인터뷰 중

    

  끌림은 다큐, 카드 뉴스 등을 제작하여 SNS를 통해 끌리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합니다. 폐지수거인과 동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각종 취재 문의, 후원 문의를 받아 끌리머 어르신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폐지수거인 인식 개선 캠페인 부스 운영, 끌리머로서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문화지원사업, 리어카의 기능성·안전성·편의성을 개선하는 리어카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끌림의 광고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기에 시민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 택시 광고와 달리 천천히 다니기 때문에 광고 내용이 오래 기억될 수 있습니다. 광고비가 버스 광고나 택시 광고비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한 월 15만 원이기에 소상공인들도 쉽게 광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광고 효과 덕분에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기업, 사기업, 소상공인들의 광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시작한 후 전국으로 확장하여 현재 제천, 군산, 인천, 부산 등에서도 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양시 노동인권센터와 협약을 맺고 안양에서도 리어카 광고를 시작하였습니다.

    

  끌리머 어르신들은 자원재생활동가이자 광고인으로서 자부심을 지니고 활동하고 계십니다. 폐지수거인의 삶을 불쌍하게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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