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두운 미래에 이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에서 벗어나는 각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자본주의적인 생활양식과 정치경제 체제를 대안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그러나 그 도전을 회피하면 한국경제와 한국사회의 미래는 계속 어두울 것이다.

이찬우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조사 연구와 정책개발을 바탕으로 법적・제도적 보호방안 마련, 상담 및 법률구조, 정보와 지식의 제공,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실시 등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 하고 있다.
AI기술발전과 노동환경 변화: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인공지능(AI)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업무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AI기술의 산업영역에 대한 적용은 그리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2022년 ChatGPT의 등장을 기점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인공지능이 영향이 가시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반복 작업을 자동화했던 과거와 달리 인지적 업무까지도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AI는 과연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혁신의 동력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AI 기술 도입이 노동시장에 미칠 명과 암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1. AI 기술 도입의 규모와 추이: 예상보다 빠른 확산
AI 기술의 산업 도입 속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HAI)의 2025년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사용하는 조직의 비율이 2023년 55%에서 2024년 78%로 급증했으며, 생성형 AI를 최소 하나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활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같은 기간 33%에서 7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히 기술적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 규모 면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은 실질적인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는 1,091억 달러에 달해 중국의 93억 달러보다 거의 12배, 영국의 45억 달러보다 24배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는 전 세계적으로 339억 달러가 투자되어 2023년 대비 1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데밍(David Deming)과 로렌스 서머스(Lawrence H. Summers)가 124년간의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의 일자리 비중이 2010년 6.5%에서 2024년 거의 10%로 급증했으며, 연구진은 "AI에 대한 투자가 이미 경제 내 일자리 분포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의 약 40%가 AI에 노출되어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 그 비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노동시장 영향 전망: 낙관론과 비관론의 교차점
AI기술의 확산이 초래할 결과는 아직 진행형이기에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기관과 학자들 간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는 AI 기술의 복합적 특성과 예측의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낙관적 전망으로는 AI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과거 기술 혁신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파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기회를 창출했던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삼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WEF의 연구는 2025년까지 AI가 전 세계적으로 7,5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지만 동시에 1억 3,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결과적으로는 5,8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이 생길 것으로 예측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토니 블레어 연구소(TBI)의 보고서(2024)에 따르면, AI 기반 구인구직 매칭 시스템만으로도 고용률을 0.4% 향상시켜 약 13만 명의 추가 고용 창출이 가능하고 주장하며, 이는 AI가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하여 전체적인 고용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의 거의 40%가 AI에 노출되어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약 60%의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노출된 일자리의 절반은 AI가 인간이 현재 수행하는 핵심 업무를 대체하여 노동 수요 감소, 임금 하락,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일부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IMF의 또 다른 연구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부정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2010-2021년 미국 통근권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AI 도입이 높은 지역일수록 고용-인구 비율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주로 제조업과 저숙련 서비스업, 중간 숙련 근로자, 비STEM 직종에서 나타났다.
맥킨지(McKinsey)의 또 다른 연구는 더욱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으며, 이 중 3억 7,500만 개는 상당한 재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AI의 영향은 업종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노동통계청(BLS)의 2023-33년 고용 전망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17.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부 사무직과 단순 반복업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관리자(8.2% 증가)와 데이터베이스 설계자(10.8% 증가) 등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역할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AI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입장들이 존재하며, 설사 일자리의 규모가 증대되더라도, 해당 일자리가 질적 차원에서 얼마나 좋은 일자리일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3. AI 자동화의 역설적 양극화: 중간층의 공동화와 양극단의 생존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그 영향이 결코 균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모래시계처럼, AI는 노동시장의 중간 부분을 가장 강하게 압박하면서 상층부와 하층부는 상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1) 중간층의 위기: 인지적 루틴 업무의 급속한 대체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바로 중간 숙련도의 사무직 노동자들로,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대부분 '인지적 루틴 업무(cognitive routine tasks)'로 분류될 수 있다. 이는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따르는 정신적 작업을 의미하며, 회계 처리, 데이터 분석, 문서 작성, 고객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AI는 패턴 인식과 규칙 기반 처리에 뛰어나며, 한번 학습된 후에는 24시간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고, 실수도 적으며, 급여나 복리후생비도 필요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의 예측에 따르면, 2027년까지 750만 개 이상의 데이터 입력 직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단일 직업군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일자리 감소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 사무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당한 교육을 받은 중간 관리직, 법무직, 금융 분석가, 일부 의료 분야 전문직까지도 AI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병리학적 진단 같은 고도로 전문화된 의료 업무에서도 AI가 인간 전문가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2) 고숙련 전문직의 복잡한 적응: 위기인가 기회인가
반면, 최고 수준의 전문직들은 AI와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에게 AI는 대체재라기보다는 강력한 보완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 변호사는 AI를 활용해 수천 페이지의 계약서를 빠르게 검토하고 핵심 쟁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사는 AI의 도움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숙련 전문직의 업무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서는 복합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창의성, 윤리적 판단, 복잡한 인간관계 관리, 전략적 사고 등은 현재의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들이기 때문이며, 오히려 AI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를 처리해줌으로써, 이들 전문가들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와 그렇지 못한 전문가 사이에는 점점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MIT의 연구자들은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 집단이 그렇지 않은 동료들보다 생산성이 40% 이상 향상되었는데, 이는 같은 전문직 내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저숙련 육체노동의 예상 밖 안정성: 경제학의 역설
한편 역설적으로 청소원, 요리사, 건설 노동자, 간병인, 배송 기사 등 저숙련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예상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장 단순한 업무부터 자동화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이러한 현상의 핵심은 경제적 합리성에 있다. 로봇이나 AI 시스템으로 청소 업무를 완전히 자동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이 저임금 인간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으며, 특히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 자동화 시스템의 구축과 유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와 같은 물리적 세계의 복잡성은 현재의 AI 기술로는 완전히 대체하기 쉽지 않으며, 할 수 있더라도 비용이 인간을 고용하는 것 비교하여 클 것이다.
4. 노동환경 변화의 다층적 양상
AI 기술의 확산이 가져오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여러 층위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의 영향은 표면적인 일자리 변화부터 업무 수행 방식의 근본적 재편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 국가별·사회별 차별화된 확산 양상
AI 기술의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균일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사회의 경제구조, 제도적 유형, 기술수준 등에 따라 AI의 영향과 확산 속도가 달라진다.
IMF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일자리의 63%가 AI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26%만이 AI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노출도의 차이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의미한다. 선진국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더 빨리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더 클 수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당장의 충격은 적지만, AI기술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사회 내부의 계층별 차이도 중요한 변수이다. IMF 연구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패턴은 여성과 대학 교육을 받은 개인들이 AI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동시에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고령 근로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능력이 제한적일 수 있어 특별한 정책적 관심을 필요로 한다.
성별 격차도 주목해야 할 문제다. 스탠포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이 AI 기술을 프로필에 명시할 가능성이 낮으며, 2024년 LinkedIn의 AI 전문가 중 약 70%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소득 분배에 미치는 영향도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데, AI와의 잠재적 보완성이 소득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노동 소득 불평등에 대한 영향은 주로 AI가 고소득 근로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AI 도입 과정에서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본, 제도적 프레임워크 등이 모두 AI 확산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2) 사회제도와 문화의 역할: 정치적 힘의 역학
AI 기술의 도입과 확산이 단순히 기술적 결정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사회의 기존 제도, 문화적 가치, 그리고 구성원들의 인식은 새로운 기술이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과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로봇연맹(IFR)의 ‘세계 로보틱스 2024(World Robotics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부문 사업장 내 로봇 비율이 2023년 기준 노동자 1만명 당 로봇 1,012대로 세계 1위로 발표된 바 있다. 반면 유럽의 기술강국인 독일, 스웨덴은 각각 429대, 347대로 4위, 6위에 머물렀는데, 이러한 높은 로봇 비율은 한국사회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신기술의 도입과정에서 고용문제나 산업안전 문제 등에 대한 제도적 고려 장벽이 낮기 때문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들 직업군은 강력한 전문직 협회를 통해 면허 제도, 자격 요건, 그리고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힘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의료 진단에서 인간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의사협회는 "의료의 안전성"이나 "환자-의사 관계의 중요성" 같은 논리를 내세워 AI의 독립적 진단을 제한하는 규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법조계에서도 AI가 계약서 검토나 판례 분석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협회는 "법적 책임의 문제"나 "법률 서비스의 품질 보장" 등을 근거로 AI의 활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규정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낮고 조직력이 약한 직업군들은 AI 도입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콜센터 직원, 단순 사무직, 계산원 등은 개별적으로는 AI 도입에 반대할 수 있지만, 집단적 목소리를 내거나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적 힘이 부족하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AI 도입 속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미 챗봇이 상당 부분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으며, 단순 데이터 입력 업무는 급속도로 자동화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조직화가 잘 되어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 등에서는 기업의 일방적인 자동화 시도를 견제할 수 있는 교섭력을 갖추고 있기에 상대적인 유리함을 지닌다.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과 같은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시장에서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과 AI기술의 도입이 급속도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러한 직업군의 특성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술도입에 따른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기술 혹은 경제 결정론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해당 사회의 제도적 환경과 긴밀한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즉, AI기술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겠지만 그 과정과 이로 인한 위험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통제는 불가능하지 않다.
5. 정책적 과제와 전망
AI 도입이 단순히 기술적 효율성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면,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요인들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문직 분야에서 필요 이상으로 AI 도입이 지연되어 사회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반면 조직화되지 않은 직업군에서는 너무 급속한 자동화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AI도입이 일하는 노동자 중심의 설계일 필요가 있다. AI기술의 확산은 노동시장 뿐만 아니라 노동과정과 이에 대한 통제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AI는 인간의 역할 대체하는 목적보다 안전을 지원하고 능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당연히 AI에 의한 인간 통제 및 관리에 대한 제도적 제한이 요구된다. 관련하여, 유럽의 ‘EU AI Act’는 고용, 직원 관리 등에 사용되는 AI 시스템을 고위험으로 분류하며, 특히 채용, 광고, 후보자 평가와 승진, 해고, 개별 행동이나 특성에 기반한 업무 배정 및 모니터링과 평가에 엄격한 요구사항을 적용하고 있으며, 무차별적이거나 부당한 감시나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AI 시스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여러 주에서 ‘Stop Spying Bosses Act’, ‘No Robot Bosses Act’과 같이 AI에 의한 노동자 감시·통제, 그리고 승진·해고 등의 인사 결정 개입을 제한하기 위한 법들의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적응성도 핵심적인 과제이다. AI로 인한 급격한 직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실업보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핀란드 등 일부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같은 혁신적 접근법을 실험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의 실효성은 각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적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새로이 출범한 정부의 고용보험 확대 개편안(근로시간→소득)은 주목할만한 시도이다.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의 메커니즘도 AI 도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OECD는 집단 교섭과 사회적 대화가 AI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지적하면서도, AI가 노사관계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노사관계의 틀을 AI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야 함을 시사한다. 2023년 미국배우조합(SAG-AFTRA)와 전미작가노조(Writers Guild of America)의 파업과 이를 통해 거둔 협상 성과는 인공지능이 점점 더 능숙하게 작품을 모방하는 시대에 인간 배우, 작가, 그리고 다른 창작자들의 권리와 역할을 확립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이며, 국내의 대리운전, 배달대행 등 플랫폼 부문 노동조합에서도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중요한 교섭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AI 기술이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자체의 영향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사회의 역량과 함께 결정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을 위한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AI시대는 이제 본격화되었고, 그 결과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아직 그 시기는 엇갈리지만, 궁극적으로 현재의 AI를 넘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 급진적 변화를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것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혜택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가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계층, 직업군이 가진 받게 될 영향력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자동화의 역설적 양극화 현상을 이해하고, 중간층의 공동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